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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의 방랑일기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도서] 본문
지은이 : 신재현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여행 가는 제주살이 이야기
저자는 서울 초등학교를 사직하고, 제주 임용 고시를 다시 보고 제주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이게 다 지독한 제주 병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주도는 도시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이제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내려놓고 산다는 것, 그것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다. 무의미한 욕심을 버릴수록 마음은 행복으로 차오른다. 제주도는 내게 내려놓고 사는 방법을 지금도 가르쳐 주고 있다.
제주도에 사는 것은 육지와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쾌적함과 편리함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삶으로 바꾸는 것이다. 내가 떳떳하고 생활에 만족하니 남이 부럽지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삶, 이것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 제주도에 살며 불편한 점은 눈높이를 낮추고, 환경에 맞춰 살면 된다.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면 큰 행복이 찾아온다. 욕심을 버리지 짊어지지 않아서 몸과 마음 모두 가볍게 살고 있다.
* 서울 초등 교사, 제주 초등교사가 되다
겨울에 제주살이를 했던 집은 제주로 이주한 부부가 별채로 지은 조립식 주택이었는데, 12평 정도의 작은 규모로 복층 다락방이 아담하게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겨울의 제주도는 오후 5시면 해가 지는데 낮에는 귤 따기 체험을 하고, 보말을 잡고, 예쁜 카페를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는 가족끼리 영화를 보았다.
제주도에 오면 매일 이렇게 살 것만 같았다. 가족끼리 매일 웃으며 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행히 그때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보다 많이 웃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친한 이웃에게 제주도 이주를 이야기하자 모두 충격을 받았다.
"제주도는 가끔 여행을 다녀올 때나 좋은 거지. 살아 봐라, 좋은가. 아이들 교육은?" 등 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렇게 말하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제주도 이주에 대한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살아보고 아니면 올라오지, 뭐!"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던가? 그런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왔다.
* 주중은 죽음, 주말은 환상!
"제주살이를 정의 내려 볼까? 주중은 죽음, 주말은 환상!"
나는 금요일 퇴근하는 차 안에서 항상 노래를 부르며 집에 온다. 제주도는 주말이 되면 거리에 있는 자동차부터 달라진다. '하, 호, 허' 번호판이 즐비하고, 한산하던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 어딜 가도 사람이 많다. 제주도에 산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나는 주말만 되면 관광객 모드로 바뀌어 버린다. 주말 퇴근길이 여행길이고, 심지어 내가 지금 몰고 있는 차도 렌터카다. 이러니 주말이 얼마나 환상적이겠는가? 주말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제주도의 주말은 다채롭다. 봄이면 바다로 숲으로 캠핑하러 다니고, 여름이면 집에서 5분도 되지 않는 바다에서 종일 물놀이를 한다. 가을이면 억새가 우거진 오름을 오르고 겨울이면 귤도 따고, 호캉스를 다닌다. 이렇게 살면 외식을 하러 비싼 음식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 바다가 보이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 어느 비싼 음식점보다 훨씬 맛있다. 어디 나가고 싶은데 가족들이 호응을 안 해도 괜찮다. 마당에 텐트를 치고 나 혼자 홈 캠핑을 하면 된다.
* 제주도에서 집 구하기
제주도는 집을 구하는 방법이 도시와 차이가 있다. 대부분 '제주오일장'이라는 사이트에 매물이 올라와 있는데, 집을 구하려면 무조건 이곳을 들어가 봐야 한다. 아무래도 제주도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육지에서 오는 외지인이기에 '제주오일장'에 매물을 올려놓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가족도 이 사이트를 이용했다.
제주도는 계약일과 이사 날짜의 개념이 도시와 다르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적어도 이사일 3개월 전에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제주도는 그렇지 않다. 이삿날 기준,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전에 계약을 한다. 우리는 2월에 이사를 할 계획이었기에 12월에 한 달 살이를 하러 와서 매일 집을 보러 다녔다. 결국은 1월 초가 돼서야 집을 계약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무엇이든 일을 급하게 하면 탈이 난다고 우리 가족은 집을 잘못 구해서 2년 동안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마당과 집 평수 모두 만족스러웠으나 위치가 문제였다.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왕복 70km가 된다. 이 거리를 2년 동안 매일 운전하며 다녔다. 아이들은 어린데 가까운 거리에 소아과 없었다. 육지에 자주 가야 하는 데 공항까지 거리는 45km가 넘었다. 무엇하나 가까운 곳이 없었다. 도중에 이사할까도 생각했지만, 집이 나가야 우리도 나갈 수 있었다.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가 설치했고, 보일러는 자주 고장이 났다. 물도 잘 끊겼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집이 아니었다. 그 집이 가진 것은 그냥 멋진 뷰, 하나였다.
이토록 집은 중요하다. 힘든 상산의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이사를 했다. 제주 생활의 쓴맛을 2년이나 맞본 아내와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집을 보러 다녔다. 아파트나 빌라에 살고 싶지 않았기에 우리는 가족은 타운 하우스를 생각했다. 타운 하우스는 아파트의 편리함과 주택의 독립성이 조화된 '펼쳐 놓은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집을 구할 때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제주시 도심까지 5km 이내일 것, 연세일 것, 시스템 에어컨과 가스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을 것, 학교가 400m 이내일 것 등이다. 그 결과 지금 우리 가족은 애월의 먼바다가 보이는 타운 하우스에 살고 있다. 이렇게 집이 만족스러우니 가족들은 집을 나가려 하지 않는 단점도 생겼다. '우리 집이 호텔인데, 뭐' 우리 가족은 지금 제주도 호텔에 산다.
* 제주도 초등학교 이야기
나는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키우는 부모이자 제주도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초등 교사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제주도 초등학교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도시와 제주도 초등학교의 장단점을 항상 비교하며 지낸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학급 인원이 19명에서 24명까지 늘어났다. 학년에 따라 학급을 증설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학생 수가 줄어 학교를 폐교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금도 제주도 초등학교로의 전, 입학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에 있을 때 제주도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넓은 잔디 운동장이 떠올랐다. 여행자로 왔을 때 바라본 제주도의 모든 초등학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었다. 천연 잔디 운동장은 매우 넓다. 제주도는 과장하지 않고 초등학교 운동장이 대학교 운동장만 한 크기다. 거기에 거의 모든 학교에 커다란 체육관도 지어져 있다.
서울에서 대학원에 박사까지 진학하며 쉼 없이 연구하며 점수를 쌓아 부장 교사, 교감, 교장의 길을 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반성해 보면 이러한 일들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없었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교육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수업을 하고,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학급 운영을 하고 싶다.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아이들이 보인다. 경쟁 관계로 생각했던 동료 교사들도 나에게 호의적이다. 나는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발전을 했다고 자부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제주도 이주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또한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성찰해 보고 반성할 기회와 시간을 주었다. 지금 나는 교사로서 행복하다. 이제야 비로소 교사가 되어 가나 보다.
* 맥주, 너란 놈
나는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맥주 없이는 못 살게 되었다.
퇴근하면 퇴근 맥, 주말이면 주말 맥, 낮에 하면 대낮 맥, 여행을 가면 여행 맥, 가족까리 저녁 맥.
갖다 붙이는 이름도 다양하다.
1인당 술 소비량이 제일 많은 곳이 바로 제주도다. 아무래도 제주도가 관광지다 보니 관광객들이 여행을 오면 술을 마시고, 그보다 제주 도민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 도시와 다른 것은 도시 사람들은 술집에서 마시지만, 제주 도민들은 집에서 마신다. 해가 진 제주도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 보통은 가족들과 술을 한잔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다.
제주도는 참 신기한 곳이다. 제주도에 살면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료 선생님들도 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주도 선생님들은 대부분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하고 사는 곳도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회식을 해도 술을 마시지 않고, 식사만 하고 집에 간다.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매일 부모가 일찍 집에 오니 아이들은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그 덕에 제주도에 와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온전하게 지켜본다. 이것도 행운이다.
* 제주도 차박 여행
제주도에 살아 보니 제주도만큼 캠핑의 천국인 곳이 없다. 육지보다 오토캠핑장 예약이 쉽고, 어디든 텐트만 펼치면 멋진 캠핑장이 된다. 제주도에 살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캠핑을 즐길 수가 있다.
곽지해수욕장은 예쁜 바다가 눈앞에 있고, 넓은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 차박 장소로 제격인 곳이다. 관광객들이 돌아간 저녁이 되면 차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주차장으로 모여든다. 차박 세팅을 마치고 트렁크를 열면 펼쳐지는 곽지바다. 트렁크에 걸터앉아 곽지바다를 보며 마시는 맥주는 말로 설명이 불가하다. 바다가 지겹다면 오름 주차장으로 향하면 된다.
애월의 새별오름 주차장도 차박의 명소이다. 새별오름 위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차박을 하며 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오름 주변은 혼자서 조용히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진정한 캠퍼들은 사람이 많은 오토캠핑장보다는 오름이나 바다가 보이는 언덕 등 노지 캠핑을 좋아한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새별오름으로 가면 된다. 제주 도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차박 명소이다. 가을이 되면 억새까지 피어 장관이 펼쳐질 것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나는 여지없이 카니발을 몰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할 것이다.
* 느낀 점
나도 이번 겨울에 제주 여행을 계획 중이다. 내년 제주에 살면서 서울을 오가며 프리랜서 생활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일단 한번 살아보자는 계획으로 이번 여행을 계획하다. 사실 처음 하는 고민은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질러 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정말 180도 다를 것 같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결정한다면 가서 크게 힘듦을 겪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단점들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장점들도 함께 상상할 수 있어서 제주도를 더 간절히 꿈꾸게 되기도 하였다. 읽어보면서 나 또한 정리가 되었다. 제주도의 로망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참고로 초판 발행일이 2021년 12월 10일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에 발행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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